엿장수가 흐뭇해 하는 시 한편 . . 즐거운 가위 - TopicsExpress



          

엿장수가 흐뭇해 하는 시 한편 . . 즐거운 가위 정용화(1961~ ) 낡고 오래된 가위가 있다 종이 하나 자르지 않고 이력서에 붙일 사진 한 장 오려내지 못한다 일용한 양식이 될 삼겹살도 못 자르는 투박한 가위 하나 야시장이 열리는 아파트 단지나 행사장 입구에서 걸죽한 막걸리 장단에 맞춰 하루 종일 신명나는 가위 세월에 밀리고 유행에 뒤쳐지지만 가위질만큼은 엿장수 맘대로다 찰그락 찰그락 소리에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고 검버섯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하다 이제 막 익어가는 열매는 단맛을 더해가고 저물어가던 노을이 벌써 얼큰하다 타고난 성품 탓일까 자르려는 속성도 잃어버리고 날카로움마저 다 버린 듯 세상을 살면서 잘라내고 오려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오늘도 거리에서 춤추는 가위가 있다 자르고 오리는 것이 가위. 그 쓰임새를 잃어버려 오히려 즐거운 가위가 있다. 막걸리 장단에 맞춰 종일 신명 나는 가위 있어 장터는 흥정보다 축제의 장. 어느 동네나 회사, 군대에도 이런 엿장수 가위 같은 ‘고문관’ 한 명쯤 있어 조직의 삶 팍팍하지 않았는데…. ● 정용화 시인 △충북 충주 출생 △동국대 예술대학원 문창과 △《시문학》등단(2001).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2006) △좋은시 기획위원. 《다시올문학》편집위원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약하다』,『바깥에 갇히다』 dsb.kr/detail.php?number=4987&thread=23r01
Posted on: Fri, 23 Aug 2013 10:32:5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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