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 개성공단, 중국의 훈수 지난주 - TopicsExpress



          

[김세형 칼럼] 개성공단, 중국의 훈수 지난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고위층들과 대화하며 몰랐던 비밀(?)을 몇 가지 알게 됐다. 작년 8월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찾은 이유는 김정은이 베이징을 방문해도 좋다는 날짜를 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방중보다 김정은에게 먼저 기회를 준 것이다. 중국은 작년 말 신의주 인근 황금평 지대를 홍콩을 뛰어넘어 싱가포르 수준으로 개발하기 위해 특별조사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계산에 밝은 중국은 개성공단 문제를 손바닥처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한 당국자와의 대화내용. "개성공단은 북(北)이 더 초조하다. 5만명 실업문제로 북이 더 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군인을 제대시키고 만든 공단이다. 그런데 압력을 가하면 양보하기가 더 어렵게 된다. 이런 문제는 강자(强者)가 양보해야 한다. 남한이 강자다. 김정일 같으면 이런 식으로 안했을 거다. 김정은이 나이 어리고 할아버지, 아저씨뻘들을 데리고 일하다 보니 그들이 충성심을 보이려 엉터리 짓을 한 것이다. 김정은도 북한 내부에서 하던 방식으로 훨씬 강한 국가들(미국, 남한)을 상대하니 전혀 안 먹혀든 것이다. 게임의 방식을 모른다. 이럴 때는 역지사지하여 (한국이) 숨통을 터줘라. 북도 최룡해 등을 베이징에 파견해 뉘우쳤다. 출구를 줘야 한다…." 북한은 마침내 14일 회담을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 열쇠는 `재발방지책`을 북이 어떻게 수용해 주느냐는 것. 이 문제에 대해 중국 측 훈수가 재미있다. "북한은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언제든지 벌이는데 그깟 재발방지 대책은 사소한 것이다." 재발방지책 무용론. 이 대목에서는 한국 측 핵심 보수파들의 생각도 같다. MB정부의 핵심을 지냈던 인사는 "원점타격을 해야 하는 위중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재발방지책 같은 장치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개성공단에 우리 국민이 900명가량 상시 체류하면 유사시 작전에 엄청난 제약을 받는다. 당초 개성공단을 만든 취지는 시장경제의 바이러스를 스며들게 해 `시장`을 전파하자는 것이었다. 이제 그런 역할은 북한과 중국 사이 경협으로도 가능하다. 개성공단은 이제 혜택이 아니라 부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기회에 얼른 폐쇄하라고 사설에 썼다.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우리는 제3의 길을 생각할 여유가 필요하다. 그것은 북한식 자본주의(north Korea capitalism)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자본주의 특집을 지난 2월에 냈다. 김일성 동상에서 치켜든 손이 달러 다발을 공중에서 뿌리는 사진을 곁들였다. 북한 내륙 깊숙이 현장 취재한 특집은 북한에서 신(神)은 가문(黨性)도, 학벌도 아닌 특별한 존재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그 존재는 돈, 돈이다. 돈의 힘이 국경초소를 뚫는다. 탈북자들이 왜 개구멍 드나들듯 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된다. 소수의 장사꾼들은 중국에서 자동차, 식량, 에너지 등을 수입해 자본가로 대성했고 그들은 새 질서를 만든다. 북한에선 모바일 전화가 외국과는 불통이나 중국쪽 국경선에서 수십 ㎞는 중국 일본 남한 등과의 통화가 가능하다. 부자들은 국경에 모인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시 일본측 언론은 현지 통화를 한다. 휴대폰 보급대수는 적게는 100만대, 외국인을 포함하면 많게는 140만대로 잡지는 추정했다. 돈(capital)과 모바일이 북한을 송두리째 바꿀 원동력이다. 전에 없던 가능성이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2009년에 실패했고, 보급시스템은 그보다 5년 전에 망가졌다.이제 골목상권 없이는 북한정권은 지탱할 수 없다. 국경 초소의 군인들도 제치는 북한 자본가들의 숫자가 확 늘어나고 그들의 목청이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 이런 관점을 연장해서 보면 개성공단은 커다란 허파다. 나진선봉지대, 장차 건설될 황금평과 더불어 시장의 바다를 만들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우리는 자꾸 떠밀리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간다"를 떠올려 보라. 배 대신 개성공단을, 우리에 통일을 갖다 놓으면 어떤 그림이 보이지 않는가. [김세형 주필]
Posted on: Fri, 09 Aug 2013 08:19:3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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