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농약 포도를 즐겨 먹는다. 농약이 다량 - TopicsExpress



          

나는 유농약 포도를 즐겨 먹는다. 농약이 다량 함유된 포도는 값이 싸서 주로 같은 데에서 판다. 나는 며칠 전 남부시장에 자전거를 타고 침투하여 5kg 짜리 포도 한 박스를 샀다. 모든 동작은 소리 없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었다. 포도를 앞 바구니에 실은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이 많지만, 나는 그것을 뒷좌석에 짐바를 활용하여 묶었다. 야무지게 묶어 버리면 포도가 밖으로 탈출할 일은 없다. 나는 사장님께 체크카드를 건네 값을 정상적으로 지불했다. 거기엔 어떠한 의혹이나 신경전도 없었다. 나는 사장님께 포도 한 송이 더 얹어주면 안 잡아먹죠, 라든지 900원만 깎아주면 또 올게요, 따위의 청승을 부리지 않았다. 사장님은 우렁차게 내 뒤에 대고 “오라~이”를 외쳐주셨다. 그 덕분인지, 집으로 포도를 싣고 향하는 나의 장딴지는 가벼웠다. 마트에서 이 정도 값이면 송이가 얼마 안 될 텐데 남부시장 한국청과에서는 같은 값에 열화와 같은 알곡이 들어차 있었다. 포도에 묻은 농약을 먹고도 난, 다음날 살아 일어났다. 흐르는 창포물에 두 번이나 깨까시 씻어냈기 때문이다.
Posted on: Tue, 10 Sep 2013 22:1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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