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었던 질환의 재발견 > 50대 후반의 남자가 - TopicsExpress



          

< 잊었던 질환의 재발견 > 50대 후반의 남자가 일주일 전부터 잠을 안자며 헛소리를 하고, 죽은 사람이 보인다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여, 집근처 병원에서 진정제 주사를 투약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벌레가 기어간다고 이불을 가위로 자르는 등 이상 증세가 점점 심해지자, 사지가 묶인 채 구급차로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폐암으로 4년째 항암치료를 받아오던 상태라, 의료진들은 폐암이 신경계로 전이되어 나타난 증세로 추정하고 MRI뇌촬영, 뇌척수액 검사를 하였으나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환자의 의식상태는 점점 악화되었고, 원인은 미궁에 빠졌다. 그러던 중, 신경과의사가 영양결핍에 의한 신경증세일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vitamin B1 (thiamine)주사를 제안하였고, 부작용이 없는 치료라 다른 의사들의 반대없이 투약이 이루어졌다. 투약후 48시간이 되기도 전에 환자가 깨어나기 시작하더니 5일후에는 정상상태로 돌아 왔고 7일째 퇴원할 수 있었다. 임상적으로 vitamin B1결핍에 의한 ‘각기병’ (beriberi)으로 인한 신경증세로 정리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환자는 경남 고성에서 어부로 오랫동안 생활해 왔는데, 폐암으로 인한 투병기간이 길어지면서 더 이상 어부로 일하지 못하고 혼자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최근에는 혼자 있으면서, 제대로 된 식사는 하지 못하고 옥수수를 끓여서 만든 죽만 계속 먹고 술도 많이 마셨다고 하였다. vitamin B1은 옥수수에도 존재하지만 열에 약해 파괴되어 결핍상태에 빠졌고, 알코올 섭취가 상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되었다. ‘각기병’의 원인이 vitamin B1결핍으로 밝혀진 것은 약 100년 전이다. 도정한 쌀을 주로 먹던 일본인에 자주 발생하는 정도로 알려져 왔었고---균형된 식사가 권장되면서, 더 이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잊었던 질환들도 제대로 care받지 못하면 현대에도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독거노인 등의 감별진단에 이런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 같다. (이 이야기는 함께 일하는 동료교수의 소개로 알게 된 증례를 정리함)
Posted on: Mon, 12 Aug 2013 07:08:3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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