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갈증이며 샘물인... 얼마전 모교 국문과 - TopicsExpress



          

정현종: 갈증이며 샘물인... 얼마전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는 정현종(1939~)의 시집 『갈증이며 샘물인』(문학과지성사 , 1999.8, 서울)을 읽었다. 갈증나게 하면서 샘물이라니 앞이면서 뒤이다는 말이다. 이런 그 무엇이란 무엇인가? 있다. 인생살이가 그렇다. 샘물이었다가 갈증이었다가 왔다 갔다 한다. 특히 남녀간의 사랑이 그렇다. 남편과 아내, 젊은 연인들의 갈망, 짝을 찾는 메이팅 페스티발(mating festivity)이 갈증이고 샘물이다. 시에 관심이 많아 어디가나(사실은 술취하면 더 좀) 시를 쓴다. 맨 정신에도 쓰고 곡주먹고도 쓴다. 냅킨, 컵받침대, 광고지, 계산지 같은데 문득 떠오른 시상을 잡아 쓰고 앞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선물로 준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예전에는 시를 주면서 필사를 하고 주곤했는데 이제는 안그런다. 대단한 작품도 아니다. 술깨면...그렇게 나를 넘어 보내는 언어가 좋다. 의식의 심연에서 문득 떠오르는 언어들은 바다위로 숨 쉬러 올라오는 고래마냥 생기롭게 보낸다. 푸..... 인간은 머리(이성, Reason, 상초(上焦))가 가장 고등한 것이 아니라, 아랫도리(Libido, 하초(下焦), 느낌, Jajiism and Bojiism)가 가장 고등한 복잡계(complex system)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이성이 가장 하등하고 욕망이 가장 고등하다. 그런 감성의 세계, 미적 쾌감의 세계, 심미적 분노(aesthetical indignation)와 쾌락의 세계를 잘 그려낸 시로 언어와 이미지가 포근히 얽힌 멋진 시였다. 이런게 시의 묘미요. 정현종은 시의 천재이다. 꽃 深淵(심연) 지난 봄 또 지지난 봄 목련이 피어 달 떠오르게 하고 달빛은 또 목련을 실신케하여 그렇게 서로 목을 조이는 봄밤. 한 사내가 이 또한 실신한 손 그 손의 가운뎃손가락을 반쯤 벙근 목련 속으로 슬그머니 넣었습니다. 아무도 없었으나 달빛이 스스로 눈부셨습니다.
Posted on: Sun, 03 Nov 2013 07:43:29 +0000

Trending Topics



Recently Viewed Topics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