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스머프라는 만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 TopicsExpress



          

개구쟁이 스머프라는 만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우리나라 TV를 통해 방영되었던 때가 1983년도라고 하는데, 내용은 저도 잘 모르지만, 파란 난쟁이들이 나오는 만화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그런데 이 파란 난쟁이를 둘러싸고 어처구니없는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구쟁이 스머프의 원작자는 벨기에 사람 ‘피에르 클리포드’라고 합니다. 나치에 점령당한 암울한 상황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가족을 돌봐야 했던 열두 살 피에르가 고된 현실을 잊을 수 있었던 탈출구는 ‘상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동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만화가 스머프(SMURF)입니다. 이 만화에는 ‘불만’, ‘게으름’, ‘욕심’, ‘허영’ 등의 다양한 자아를 그린 캐릭터와 가족에게 소중한 아버지 같은 존재인 파파 스머프가 등장합니다. 이 작품은 1981년 할리우드에서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 30개국에서 방영되었는데, 냉전시대였던 당시에 “스머프는 자본주의국가의 선전물이다.” “파파 스머프의 붉은 모자는 프랑스 혁명의 ‘자유’를 연상시킨다. 각각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은 자본주의적이다.”라며 동독과 구소련, 폴란드 등에서 방영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냉전이 끝난 21세기 들어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합니다. 스머프가 자유시장경제를 거부하는 사회주의 이념 만화라는 논란이 불붙은 것입니다. “스머프는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만화다!”, “파파 스머프의 붉은 옷과 덥수룩한 수염은 칼 마르크스를 연상시킨다.”, “공동생활에 익숙한 캐릭터들은 개인보다 집단을 강조한다.” 이러한 논쟁에 상상이 더해지면서 소문은 더욱 더 과장되기 시작합니다. “스머프의 작가가 사회주의자다!”, “스머프(SMURF)는 ‘Socialist Men Under Red Father’의 약자로 ‘붉은 지도자가 이끄는 사회주의자들’이라는 뜻이다!” 이에 BBC 저널리스트 마리오 가치오톨로는 “ 사회주의 만화 논란은 정치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해석한 것이다”라며 논쟁의 허상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주의 만화 논란의 최초 진원지가 1998년 미국의 한 만화 마니아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짧은 에세이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스머프에 나타난 정치․사회적 테마’라는 제목의 이 에세이에는 ‘파파 스머프는 칼 마르크스를 나타낸다.’, ‘경제적으로 스머프 마을은 폐쇄시장의 성격을 띤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만화마니아의 엉뚱한 상상으로 시작된 사회주의 만화 논란이 예상치 못했던 과장된 소문과 함께 찬반논쟁으로까지 번져간 것입니다. “스머프는 나와 주변사람들의 특징을 담아 캐릭터로 표현한 것이다. 욕심 많은 가가멜 같은 존재, 매사 투덜대는 투덜이 스머프, 잘난 척하는 똘똘이 스머프가 ‘나’라는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다.” 원작자 피에르 클리포드가 한 말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판단이 어려워진 시대에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상상력은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엄청난 음모론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팩트는 완전히 실종된 채,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들이 사람들을 선동하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작금의 현실을 스머프 논쟁이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Posted on: Tue, 06 Aug 2013 10:55:5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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