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슈퍼스타즈의 추억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 TopicsExpress



          

삼미슈퍼스타즈의 추억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가져보지 못한 한 가지 재미난 경험이 있는데, 바로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의 꼴찌 팀 ‘삼미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팬클럽 회원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인 1982년, 당시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에서도 프로야구가 출범하여 6개 구단이 창설되었는데 각 구단은 자사의 홍보와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 회원을 대대적으로 모집하였다. ‘OB베어스’가 맨 처음 어린이 회원제를 시작해 가장 인기가 좋았고 다음으로 삼성라이온즈, MBC청룡 순으로 실시하였는데, 5000원만 내면 모자, 티셔츠, 야구공 등 각종 선물이 제공되었다. 내 동생 성욱이도 OB와 삼성에 가입하여 구단 로고가 찍힌 점퍼를 입고 모자를 쓰고 폼을 내며 여기저기 자랑하러 다니곤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야구 규칙도 잘 모르고 프로야구 구단들에도 별 관심이 없어 야구에 열광하는 동생을 봐도 그런가보다 할뿐 어린이 회원에 가입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82년 여름 무렵, 삼미그룹 본사가 있는 ‘삼일빌딩’에서 근무하시던 막내삼촌이 삼미슈퍼스타즈에서도 어린이 회원을 모집한다며 나에게 가입을 권유하셔서 얼떨결에 삼미구단 회원이 되었다. 삼촌이 가져오신 회원 선물을 보니 OB나 삼성보다 훨씬 풍성했다. 특히 머리에 쓰고 다니는 작은 양산이 인상적이었다. 야구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일단 삼미 회원이 되었으니 그때부터 열심히 야구중계를 보며 삼미를 응원했다. 그러나 경기를 하는 족족 지는 것이었다. 당시 삼미는 선수단 대부분이 아마추어 사회인으로 구성된 팀이어서 국가대표 선수들로 가득한 타 구단에 비해 전력이 매우 취약했다. 시합을 했다하면 완전 동네북이었다. 맨날 얻어터져 다른 구단의 승수를 쌓아주는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결국 프로야구 원년 성적 15승 65패로 6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삼미가 경기 때마다 얻어터지니 회원으로 가입한 나 역시 무척 민망하고 창피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삼이 어제 또 졌지? 넌 어떻게 그런 팀에 들었냐?”하며 놀리고, 슈퍼맨이 야구배트를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삼미 티셔츠를 입고 갈 때마다 막 키득키득 웃어댔다. 어린 마음에 정말 쪽팔리고 열 받아 견딜 수 없었지만 꼴찌하는 게 불쌍해 계속 삼미를 응원하였다. 그러나 83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임호균’ ‘정구선’ 등 우수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더니 전력이 급속하게 강화되었다. 특히 한 시즌30승을 올린 ‘괴물투수 장명부’의 눈부신 활약으로 한동안 1위를 질주하였다. 비록 시즌막판에 ‘김진영’ ‘백인천’ 감독이 물의를 일으켜 한국시리즈엔 못 올라갔지만 페넌트레이스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후 또 다시 전력이 약화돼 하위권을 맴돌더니 결국 라면회사 ‘청보’에 팔리게 되었다. ‘청보핀토스’ 시절 땐 야구해설가 ‘허구연’이 감독을 맡았었다. 그러나 여전히 꼴찌를 벗어나지 못해 다시 ’태평양‘으로 넘어가고... 참으로 부침과 곡절이 많은 비운의 팀이었다. 그러다가 96년 ‘현대유니콘스’로 재창단되면서부터 팀이 180도 변모하였다. 현대그룹의 막강한 자본력을 동원해 ‘그라운드의 여우’라 불리는 최고의 유격수 ‘김재박’을 감독으로 영입하고 ‘정민태’ ‘박재홍’ ‘박경완’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대거 스카웃해 팀 전력을 극대화하였다. 그 결과 1998년 마침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였고 2000년과 2003년, 2004년에도 KS를 제패하는 등 해태나 삼성에 버금가는 명문구단으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2000년 시즌에는 91승이라는 사상 유래 없는 대기록을 달성하였다. 현대유니콘스가 승승장구하니 오랜 팬이었던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그동안 쌓여왔던 울분과 좌절감이 한꺼번에 일소되는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았다. 특히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으로, 현대고등학교 1회 졸업생으로 느끼는 기쁨과 자부심이 매우 컸다. 미국에 있으면서도 유니콘스 경기를 자주 시청하였다. 그러나 2003년 정몽헌 회장의 자살과 현대그룹의 재정 악화로 구단이 또 다시 흔들리게 되었다. 재정난 타개를 위해 우수한 선수들을 방출시키는 등 고육책을 써오다가 결국 현대에서 손을 떼 2008년에 ‘넥센히어로즈‘로 또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자본이 부족하고 선수층이 얇아 그동안 성적이 부진하다가 올해 ’염경업‘ 감독 지도하에 좋은 경기를 펼쳐 4강에 올라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홈런, 타점왕이 유력시되는 ’박병호‘를 비롯해 ’이택근‘ ’강정호‘로 이어지는 ’LPG 타선‘의 폭발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넥센히어로즈는 국내 최초의 야구전문기업으로 삼성, LG, 두산처럼 대그룹의 빵빵한 지원을 받는 팀이 아니다. 선수들의 몸값을 다 합쳐도 신생팀 ‘NC다이노스’보다 약간 많을 뿐이다. 이런 연약한 팀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 해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에 삼미 시절부터 30년 넘게 응원해온 팬으로서 격려와 치하를 보내며, 앞으로 남은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쳐 현대유니콘스 시절의 영광을 재현해주길 바란다.
Posted on: Sat, 28 Sep 2013 08:34:29 +0000

Trending Topics



Recently Viewed Topics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