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의 어떤 페이지에서 오랫만에 빠블로 - TopicsExpress



          

페북의 어떤 페이지에서 오랫만에 빠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소네트 17(Sonnet XVII)의 일부를 발견했습니다. I love you without knowing how, or when, or from where, I love you simply, without problems or pride; I love you in this way because I dont know any other way of loving 어떻게, 언제, 어디선지 몰라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복잡함과 자만없이 솔직하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바로 이렇게 사랑합니다. but this, in which there is no I or you, so intimate that your hand upon my chest is my hand, so intimate that when I fall asleep it is your eyes that close. 내가 없는 곳에 당신도 없고 내 가슴에 얹은 당신의 손이 바로 내 손이며 내가 잠들 때 당신의 눈도 감깁니다. 대학때 숨죽이며 뜨거운 피로 읽었던 김남주 시인의 과격한 시. 그 과격한 시집의 말미였던가요 아니면 독립 시선집이었던가요? 독립 시선집이군요. 하이네·브레히트·네루다의 시를 모은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번역 시집에 실린 스물 두 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 그 김남주 시인이 번역한 네루다의 사랑의 시들이 읽고 싶어집니다. 현재까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던 곳은 이탈리아의 카프리(capri)였습니다. 맥주 cafri말구요. ㅎㅎ 거기서 네루다가 살았던 집을 발견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카프리의 푸른 동굴을 언제 또 가볼 수 있을지.. ------------------------------------------------------------- 아래는 아마도 김남주 시인이 번역한 네루다의 어떤 시인 것 같습니다. 이 시에서 저는 네루다도 느끼며 동시에 김남주가 느껴지고 두 사람과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이 사랑했을 어떤 여인도 느껴집니다. 나는 오늘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고 씁니다. 밤바람은 하늘을 맴돌며 노래합니다. 나는 오늘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가끔씩 나를 사랑했습니다. 오늘 같은 밤이면 나는 내 품에 그녀를 안고 있었습니다. 저 끝없는 하늘 아래서 수없이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가끔은 그녀를 사랑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그녀의 꼼짝 않는 눈동자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나는 오늘밤 이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내가 그녀를 지금 갖고 있지 않음을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그녀를 잃어버렸음을 느낍니다. 그녀가 없어 저으기 막막해 보이는, 그 막막한 밤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러면 이슬이 풀밭에 떨어지듯 시는 영혼 위에 내립니다. 내 사랑이 그녀를 지킬 수 없다 하더라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밤은 별들이 촘촘히 수놓아져 있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저 멀리서 누군가 노래를 부릅니다. 저 멀리서 그녀를 잃어버린 나의 영혼은 결코 채워지질 않습니다. 그녀를 내 곁으로 데려오기라도 할 듯이 내 눈길은 그녀를 찾아 헤매입니다. 내 가슴은 그녀를 찾아 헤매이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똑같은 나무들을 하얗게 밝히고 있는 똑같은 밤입니다. 우리는, 그 때의 우리들은, 이미 지금의 우리가 아닙니다.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던가요. 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가 닿으려고 바람을 찾곤 했지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맑은 육체, 그녀의 끝모를 눈동자들. 다른 남자의 것입니다. 아마 다른 이의 것일 겁니다. 전에는 내 입술의 것이었던 것처럼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하지만 혹시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그토록 짧고, 망각은 그토록 길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를 내 품에 안고 있었기에, 그녀를 잃어버린 내 영혼은 결코 채워지지 않습니다. 비록 이것이 그녀가 내게 안겨주는 마지막 고통이라 할지라도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쓰는 마지막 시가 될지라도 말입니다.
Posted on: Sun, 17 Nov 2013 07:46:3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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