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밤 요크로 귀환했습니다. 장장 - TopicsExpress



          

어제 늦은 밤 요크로 귀환했습니다. 장장 17일간의 동유럽 여행, 제 생애에 있어 가장 길게 쉼을 위한 여행을 했답니다. 그것도 아내와 함께. 헝가리의 Budapest에서 시작하여 Basilica라는 대성당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Estergom을 거쳐 오스트리아의 Vienna에 들렀습니다. 17,18세기를 주름잡던 Austrian-Hungary Empire의 수도 Vienna는 역동적인 동상들과 거대한 건출물들이 즐비한 채 과거의 찬란함을 드러낸 곳이었습니다. 여기에 Hyden, Mozart, Beethoven, Schubert 등 음악의 대가들이 때론 동시대에, 떄론 시대를 달리하며 이곳을 무대로 활동하여 이곳은 문화적 본향의 모습까지 더하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에 오스트리아 남부지방을 가로지르는 알프스산맥으로 대표되는 천혜의 자연풍광까지 더해지고, 결정적으로는 복지국가로서의 제법 높은 위상까지 갖춘 오스트리아의 힘을 실감케 했답니다. 기수를 북쪽으로 돌려 2시간 정도를 달리니 제재하는 이 아무도 없는 가운데 국경임을 알리는 을씨년스런 건물 한두개를 지나 Czech Republic 땅을 밟았고 파스텔풍의 건물이 광장을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의 Telch에서 1박한 후 Praha에 도착했답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2차세계대전의 격전을 거치면서 도시와 건물의 파괴라는 상흔을 간직했던 것과는 달리 프라하는 Paris처럼 도시 자체가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중세시대부터 내려온 성곽과 다리, 수많은 건물, 작은 돌로 포장된 도로와 꼬불꼬불한 골목까지 오는 이들을 반기고 있었답니다. 넉넉한 물가와 인심까지 겹쳐지니 여행객들에겐 스트레스를 비교적 적게 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한국인 여행객들이 도처에 넘실대는 중국인들보다도 많은 것같은 느낌까지 주더군요. 기수를 서쪽으로 돌려 Karlovy Var라는 곳에서 치료용 spa로 피로를 풀고 하루에 500킬로미터를 달려 체코의 남쪽 끝 Cesky Krumlov라는 중세의 작은 도시를 그대로 간직한 곳에 이틀간의 여장을 풀었지요.. 엽서처럼 아름다운 모습들이 그냥 전승된 것이 아니고 2차세계대전 이후 각고의 노력을 거쳐 복원하고 투자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지금은 체코 제2의 관광지로서 부상된 곳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계속 남진을 하니 또 다시 오스트리아로 넘어오게 되고 모짜르트의 고향 Salzburg에 올 수 있었습니다. 모짜르트의 생가부터 시작하여 모짜르트 박물관, 모짜르트 식당, 모짜르트 초코렛까지.. 죽은 모짜르트가 보면 상업화된 자신의 아이콘에 분개할 지, 아니면 후손들의 호주머니를 보장해준 자신의 존재에 흐믓해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이곳 역시 짜임새있는 볼거리와 편리한 관광인프라(카드 하나로 모든 교통수단 이용과 박물관, 성곽 입장 등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이는 도시 전체가 공공영역에 의해 장악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가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되더군요. 이곳에서 첫눈을 경험하고 눈쌓인 도로와 가로수, 그리고 설산을 구경하며 Hallstaat라는 호수도시에 잠시 들른후 생소한 나라 Slovenia의 땅을 밟았고 그 중에서도 잔잔한 Bled 호수를 끼고 있는 곳에서 이틀을 묶으며 안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수도를 가보지 않을 수 없어 루불랴나 Ljubljana에 잠시 들러 거리음식으로 점심을 먹은 뒤 동쪽으로 길을 재촉하여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프튀이 Ptuj에서 하루를 묵었답니다. 인구 1만명정도의 소도시지만 우리가 묶은 Muzikafe는 문화의 중심공간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환경을 갖고 있어 부럽기 짝어 없더군요. 인구 1만 도시가 예술과 문화를 항시적으로 함께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아직 우리에겐 불가한 영역이라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러움이 솟구쳤습니다. 여행의 막바지라서 다시 하루에 400키로 이상을 달려 Budapest로 길을 재촉하였지만 중간에 들른 Balaton 호수는 지난 여름 겁없이 자전거로 한바퀴 일주하느라 혼이 나갔던 팔레스타인의 갈릴리호수의 아픈 기억까지 상기시키면서 그 거대함에 압도당하는 느낌였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하루를 다시 찾은 Budapest에서 아내가 좋아하는 bitter honey라는 생맥주와 함께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올해 안식년을 유럽에서 보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단지 이국적인 풍광을 맞보고 다양한 볼거리들을 누릴 수 있음은 결코 아니랍니다. 일찌기 물질문명을 선도하며 자본주의를 낳고 다시 여기에서 복지국가라는 새로운 제도를 고안해낸 이곳은 학부시절 경제학을 공부하며 봉건제와에서 자본주의제도로의 이행을 주목해왔던 제게는 매우 흥미로운 확인거리들을 보여주고 있고, 이제 우리내 땅에 복지국가의 확립에 모든 것을 걸려는 사회정책학자이자 복지국가운동가에게는 참으로 많은 것을 체험하고 확인케하는 1년의 시간입니다. 영국을 넘어 대륙유럽에서까지 확인한 강건한 시민정신과 공공성에 기반한 각종 사회시스템, 농촌지역까지도 큰 격차없이 짜여진 지역사회 구조.. 등은 왜 우리가 우리사회를 물신주의에 찌든 이 천박성을 떨치고 복지국가로 가야하는 지를 수백번 확인케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은 제도와 정책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결국 한사람 한사람의 세계관과 가치관, 행동양식이 변모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그리하여 제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은 단기간에 올 수도, 몇사람만의 힘에 의해서 가능하지도 한다는 평범한 진실을 사무치게 깨닫게 됩니다. 저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지금까지 함께 해온 동지들, 제가 모든 것을 쏟아부어 더 큰 세상을 보여주려 노력해온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 또한 생각과 이념에 상관없이 함께 하면 좋고 든든한 친구, 선후배, 지인들.. 이 시간 이 모든 분들과 함께 해온 지난 54년의 세월에 대한 감사의 염을 주님께 돌려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앞으로 함께 할 수많은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이 저에게 또 다른 힘과 용기, 지혜를 구하게 합니다. 저와 함께 이렇듯 기대되는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달리며 기쁨과 안타까움도 공유해 주십사 감히 청하며, 생각보다 너무 너무 길어진(!) 생일축하에 대한 답글을 마무리합니다. -York의 작은 책상머리에서 이태수교수로부터-
Posted on: Sat, 16 Nov 2013 09:43:3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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